국민 78%가 “교육 투자 늘리자”는데, 왜 정부는 20조를 깎으려 할까
여론조사 결과는 명확했다. 국민의 78%가 교육재정을 현재처럼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부는 언제 정책을 바꿨을까. 올해 초, 교육부는 갑자기 교육교부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는 약 20조 원대의 재정 삭감이었다. 50년 이상 유지해온 교육교부금 연동 방식을 깨뜨리는 결정이었다.
이 결정이 발표된 순간부터 학교 현장과 교육청, 그리고 전국의 교육 관련 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334개 단체가 “개악 중단”을 촉구했다. 광역 시·도의회까지 나서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게 단순한 기술적 개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건 교육정책의 철학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50년 연동 방식, 왜 갑자기 깨뜨렸을까
교육교부금 연동 방식이 뭘까. 간단히 말해서, 국가 예산이 늘어나면 교육 예산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시스템이었다. 이건 “교육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도 교육 투자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정부 입장은 다르다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금 살포 같은 비효율적 지출을 하는 교육청은 예산을 깎는” 방식으로 개편하려 했다. 일종의 ‘인센티브-페널티’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뜻이었다. 쉽게 말해, 장학금이나 교육활동비 같은 직접 지원을 많이 하는 교육청은 손해를 본다는 설계였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걸 “낭비”라고 봤을까. 교육청 입장에선 그게 자기네 일인데.
광역시도의회까지 나선 이유
경기도,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등 4개의 광역 시·도의회가 성명을 냈다. 이건 보기 드문 일이다. 교육청이 반발하는 건 익숙하지만, 시·도의회까지 함께 나서는 건 재정 축소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을 거라고 우려한다는 신호였다.
출처: 여론조사 및 교육부 업무계획
실제로 20조 원대의 삭감은 뭘 의미할까. 학교 급식비 지원, 교과서 구입, 교실 개수리, 장학금 — 이 모든 게 줄어든다는 뜻이다. 교사 인건비도 현재 여유가 없는데, 기반시설 투자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교육청들은 본다.
시·도의회까지 나선 이유가 명확하다. 교육은 시·도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고, 그걸 할 돈이 없어지면 교육의 기초가 무너진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 정책이 집행되면 문제가 될지, 교육 현장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효율성인가, 책임 방기인가
정부의 논리를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교육부가 생각하는 “효율성”이 있을 테니까. 만약 어떤 교육청이 정말로 낭비적 지출을 하고 있다면, 그걸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건 맞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불안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교육청이 학생 1인당 급식비 지원을 크게 늘렸다고 해보자. 영양사들은 그 덕에 더 나은 식단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더 잘 먹는다고 좋아한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선 “현금 살포 같은 효율성 낮은 지출”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럼 예산을 깎는다. 결과는 다시 질 낮은 급식이다.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다. 정부가 정말 효율성만 생각하는 거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재정 긴축이 우선이고, 그걸 정당화하기 위해 ‘효율성’을 내세운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드는 건, 정부가 여론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78%가 “투자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깎겠다고만 했을까.
교육 자치의 위기
교육부는 “교육청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 지출을 “낭비”라고 판단하고 예산을 깎겠다는 건, 자율성을 인정하되 ‘올바른 길’로만 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자율성이 아니라 통제다.
교육청은 지역의 특성을 알고, 그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를 직접 마주한다. 중앙 정부가 모든 지역의 모든 필요를 다 알 순 없다. 그래서 “교육 자치”라는 개념이 있는 거였다. 지역이 자기 교육을 책임진다는 뜻이었다.
재정이 중앙에서 내려오는데, 결정은 “이건 안 돼”라는 식으로 제한되면, 결국 교육청은 뭘 할 수 있을까. 예산도 적어지고, 쓸 수 있는 범위도 제한되면, 교육 자치는 이름만 남는다.
나는 이 정책에 미리 반대표를 던지고 싶다. 아직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방향만 봐서는 교육이 줄어들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말 효율성을 원한다면, 먼저 교육계와 투명하게 대화해야 했다. “어디가 낭비라고 보십니까?”라고 묻고, 함께 기준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 다음에 “이 기준으로 이렇게 개선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어야 했다. 아래로부터의 동의 없이 위에서 일방적으로 깎는 건, 효율화가 아니라 그냥 축소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78%가 교육 투자를 원한다는 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교육이 국가의 미래라는 걸 국민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그걸 무시하고 삭감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그건 국민과의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 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진정으로 효율성을 논의할 테이블이 만들어지길, 그리고 그 과정이 공개될 수 있길 바란다.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참고 자료 및 출처:
• 국민 78% “교육재정 유지·확대” 원하는데, 20조 삭감 날벼락? – 오마이뉴스
• 50년 이어온 교육교부금 연동 파괴… 334단체 “개악 중단하라” – 오마이뉴스
• ‘교육재정 축소’ 시도에 4개 광역 시도의회까지 반발, 왜? – 오마이뉴스
• 교직원 인건비도 허덕이는데…교부금 개편에 ‘교육 자치’ 더 위축될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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