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법’ 청원, 시도는 좋았는데 — 아쉬운 것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참교육이 실현되는 교실 정상화를 위한 특별법’이 올라왔다. 약칭까지 아예 ‘참교육법’이다. 드라마 제목을 그대로 법안 이름에 가져다 쓴 걸 보고 나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 조문을 끝까지 읽어보고 나니, 그 걱정이 맞았다.


무슨 청원인가
충남 아산 모산중학교 과학교사 김씨(36)가 지난달 22일 올린 청원이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직접 방과 후 최대 2시간 교실 내 지도나 하루 출석정지를 명할 수 있게 하며, 학부모 민원은 학교운영위·국민신문고 같은 공식 경로로만 받도록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청원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교사 지도 권한과 핀란드의 방과 후 지도 제도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김 교사는 전교조 충남지부 교권국장을 맡고 있지만, 이번 청원은 특정 단체의 요구가 아니라 “교실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려는 목적으로 개인 자격으로 냈다고 밝혔다.
타이밍부터 아쉽다
넷플릭스 ‘참교육’은 6월 5일 공개돼 하루 만에 국내 1위, 이후 6월 1~2주 차 내내 글로벌 비영어권 46개국에서 1위를 지켰다. 그야말로 여름 초입 교육 현장의 화제가 이 드라마 하나로 쏠려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청원은 그로부터 한 달 반 가까이 지난 7월 22일에야 올라왔다. 화제성의 파도는 이미 6월에 다 지나간 뒤였다.
더 결정적인 건 시기다. 7월 말은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가장 크게 목소리를 보태줘야 할 교사들조차 방학으로 흩어져 있는 시기에 청원을 올린 셈이다. 드라마 열기가 뜨거울 때, 그러니까 교사·학부모·언론이 전부 이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청원이 나왔다면 결집력이 완전히 달랐을 거다. 청원이 올라온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동의 수가 2,575명, 목표(5만 명)의 5%에 그치고 있다는 숫자 자체가 이 타이밍의 아쉬움을 보여준다.
내용도 엉성하다
조문을 하나씩 뜯어보면 더 아쉽다. 이미 있는 법과 겹치거나, 정작 필요한 안전장치는 빠져 있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권보호법)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와 그에 대한 보호 조치를 규정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 제20조의2가 생활지도의 근거 조항이다. 완전히 새로운 특별법을 만들기보다, 기존 법을 개정하는 쪽이 더 효율적인 접근이었을 거다. 지금 이 조문은 새 틀을 만들었다기보다 기존 법의 취지를 그대로 옮겨 적은 느낌에 가깝다.
자세히 보면 두 조치의 안전장치 수준이 다르다. 출석정지(제1항제2호)는 학교장 보고와 교내 생활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더 자주 쓰일 방과 후 2시간 지도 (제1항제1호)는 보호자 통지·학교장 보고만 있을 뿐 별도 심의 절차가 없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김 교사는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대통령령이나 교육부 고시로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제출된 조문에는 그런 위임 규정 자체가 없다. 의도는 있는데, 그게 법 문언으로 옮겨지지 않은 것이다.
‘정당한’이 무엇인지 판단 기준을 법 스스로 제시하지 못하는 순환적 정의다. 법률 용어로는 너무 추상적이라, 실제 분쟁이 생겼을 때 이 정의 조항이 해석 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공개된 조문 안에는 벌칙 조항이나 시행일을 정하는 부칙도 보이지 않는다. 특별법을 표방했다면 시행령 위임 규정이나 예산 근거 정도는 갖췄어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형식조차 채워지지 않았다.
설명문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정이유를 보면 “공교육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식의 선언적 문장은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통계나 구체적 사례는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김 교사 본인은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특수교사를 상대로 수십 건의 민원이 반복된 사례, 학부모의 지속적인 항의로 학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사례, 학생의 욕설과 수업 방해에도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방치한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짚었다. 정작 그 사례들이 법안의 제정이유에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근거가 없었던 게 아니라, 갖고 있던 근거를 문서로 옮기지 못한 셈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는 설명도 “캘리포니아주의 교사 지도 권한과 핀란드의 방과 후 지도 제도를 참고했다”는 한 줄에 그쳐서, 어떤 조문이 어느 나라의 어떤 제도를 어떻게 벤치마킹했는지 구체적인 대응 관계가 없다.
현장은 공감하지만, 출석정지엔 신중론
문제의식 자체에 대한 현장 공감대는 확인된다. 충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생활지도 후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 협박을 들은 뒤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고, 경기 고양의 한 교사도 신고 부담 때문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사에게 출석정지 권한을 직접 주는 부분에는 신중론도 뚜렷하다. 경기 용인의 한 고교 교사는 “하루 출석정지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후속 지도 프로그램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경남의 한 중학교 교사도 징계 대상과 기준이 더 명확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부회장)도 생활지도권 법제화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 “출석정지 사유와 절차, 사후 심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육부는 이 청원에 대해 “학교 구성원 간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방법론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건 내 개인적 인상만이 아니라, 현장 교사들과 전문가가 공통으로 짚은 지점이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방학까지 반납하고, 단체 이름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직접 법안을 써서 국회에 올린 것 자체는 나는 높게 평가한다. 문제의식도 정확하다 —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교사가 시달리고 있다는 건 현장 교사들의 증언과 전문가 의견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다만 내용, 타이밍, 설득력 세 가지가 다 아쉽다. 화제성이 가장 뜨거울 때가 아니라 그 열기가 식고 방학까지 겹친 시점에 나왔고, 조문은 기존 법과 겹치거나 안전장치가 빠진 채 짜깁기된 수준을 못 벗어났고, 정작 본인이 갖고 있던 구체적인 사례들은 법안 문서에 담기지 못했다. 이 셋 중 하나만 보완됐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힘 있게 출발했을 거다.
엉성한 부분이야 보완하면 된다. 그런데 더 아쉬운 건 따로 있다. 이미 교육부가 아동복지법 개정에 동의 의견을 내고 관련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고, 기존 「교원지위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특별법을 만들기보다, 이미 움직이고 있는 이 두 갈래 중 하나를 더 다듬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었을 거다. 그런데 굳이 새 특별법을 만들면서 완성도까지 이렇게 낮았으니, 관심을 모으는 데도 오히려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조금 더 준비하고, 화제성이 정점일 때 붐업까지 계산해서 냈어야 했다. 다만 현장 교사가 입법 기술이나 발의 타이밍까지 완벽하게 판단하기는 애초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건 이 청원의 흠이라기보다, 개인이 혼자 짊어지기엔 원래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도 이 청원이 5만 명을 채우든 못 채우든, 다음에 또 누군가 이런 시도를 한다면 이번의 아쉬움이 반면교사가 됐으면 한다. 문제의식만큼은 진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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