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 대학·등록금 · 교실 너머, 정책의 온도
한쪽은 공짜, 한쪽은 또 올랐다
같은 정부, 같은 해에 나온 두 개의 대학 소식이 있다. 하나는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사실상 0원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소식이었고, 또 하나는 “사립대 4곳 중 3곳이 등록금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이 블로그에서 이미 국립대 무상화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다뤘던 터라, 그 뒷이야기 격으로 이번엔 반대편— 등록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 사립대 쪽을 들여다보려 한다. 같은 나라 대학생인데, 어느 학교 정문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등록금 고지서의 무게가 이렇게까지 달라도 되는 걸까.
숫자로 보면, 사립대 넷 중 셋이 올렸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지난 3월 발표한 ‘2026학년도 대학 등록금 현황 조사 최종 결과’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90개교 가운데 125개교(65.8%)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그런데 설립 유형별로 뜯어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사립대는 80.8%가 인상을 결정한 반면, 국공립대는 7.7%만 인상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월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에서는 2026학년도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이 1인당 727만 원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 대비 2.1% 오른 수치다. 계열별로 보면 의학계열이 1,032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인문사회계열은 643만 원 — 전공 선택이 단순한 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가계 부담과도 직결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시기, 국립대는 반대로 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교육부는 2027학년도부터 지방 국립대 30곳 신입생 약 6만~6만 4,000명에게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지역균형 장학금’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무상교육이다. 이걸 앞서 이 블로그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함께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정작 국공립대 등록금 자체가 이미 사립대의 절반 수준(평균 400.4만 원 vs 769.2만 원, 약 1.9배)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국립대 쪽 학생들이 짊어지는 부담은 앞으로 거의 사라지는 셈이고, 사립대 쪽 학생들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셈이다. 대학 진학이라는 같은 선택 앞에서, 어느 캠퍼스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국립대는 공짜로 가는데, 사립대는 왜 계속 오르기만 할까 — 이 질문에 답하려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사립대 쪽 말 — “17년째 동결, 한계가 왔다”
사총협 측 설명은 이렇다. 정부가 등록금 동결 정책을 시작한 2009년 이후 17년 가까이 사실상의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인건비와 물가 등 대학 운영 비용은 꾸준히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24년 기준 약 1,738만 원으로 2020년 대비 14%가량 늘었다. 사총협 황인성 사무처장은 “국내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 규모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던 핵심 장치였던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2027년부터 폐지되기로 결정되면서, 정부 스스로 규제의 빗장을 풀어준 측면도 있다. 실제로 올해 교육부 공문에서는 예년과 달리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라’는 문장이 아예 빠졌다.
반대쪽 말 — “적립금부터 써라”
반면 학생·시민단체 쪽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재정 여력이 충분한 일부 대학조차 지난해 등록금을 5%에 가깝게 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은 적립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고 하지만,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에 따르면 적립금의 용도를 변경해 교육 환경 개선이나 장학금으로 쓰는 것 자체는 제도적으로 가능하다. 실제로 2011년 이화여대가 학생들의 요구에 밀려 건축적립금과 기타적립금 총 1,350억 원을 장학금으로 전환한 전례도 있다. 국회에서도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 2월에는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다만 장학금 규모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2024년 기준 일반대 재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은 382만 9,000원으로 전년보다 7.0% 늘었고, 2020년과 비교하면 48만 5,000원 늘어난 수치다.
- 17년 가까운 사실상 동결로 재정 구조 한계
- 학생 1인당 교육비 4년 새 14% 증가
- 고등교육 대부분을 사립대가 담당 중
- 정부 지원 규모가 역할에 비해 부족
- 여력 있는 대학도 큰 폭 인상 사례 존재
- 적립금 활용 여지가 제도적으로 있음
- 등록금 부담이 계열별로 최대 1.6배 차이
- 물가상승률 연동 규제 법안 발의 중
사립대의 재정난 호소, 완전히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17년 가까이 동결에 가까운 규제를 받으면서 인건비와 물가는 계속 올랐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 해법이 학생 등록금 인상으로만 향하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재정 여력이 있는 대학들조차 큰 폭으로 올렸다는 지적, 적립금 활용 여지가 제도적으로 있는데도 안 쓴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정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폐지하며 사실상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어준 시점이, 국립대는 무상화로 가는 시점과 겹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국립대로 학생을 끌어오려는 정책과, 사립대의 등록금 부담을 방치하는 듯한 정책이 동시에 굴러가면, 결국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만 사립대에 남아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전 글에서 국립대 무상화에 대해 “계획한 대로 되는지 국민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썼는데, 이번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립대는 무상으로, 사립대는 자율에 맡긴다는 이 이중적인 그림이 정말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준 것인지, 아니면 형편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갈려버리는 또 다른 격차를 만든 것인지 — 이건 등록금 고지서가 몇 번 더 나온 뒤에야 확인할 수 있는 문제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이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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