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 교원·학교 · 교실 너머, 정책의 온도
신고 한 장이면, 교실이 무너진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이건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라고 인정했는데도, 정작 그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한다. 교사는 정작 자신을 보호해줄 것 같았던 위원회의 결정과 별개로, 형사 입건 통보서를 받아 든다. 이게 지금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보호 5법’까지 만들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왜 이런 일이 계속될까.
경기교육감이 직접 학부모를 고발했다
지난 8월 10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부천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3명을 반복 민원과 시위로 괴롭힌 학부모를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교육감이 학부모를 상대로 직접 교권 침해 고발에 나선 첫 사례다. 이 학교에서는 교보위가 해당 학부모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했음에도, 교사들은 휴직과 퇴직으로 내몰렸다. 경기도교육청은 같은 날 변호사·의사·경찰 등 전문가 160명과 교원 110명, 도민 30명으로 구성된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최종 선발했다고도 밝혔다. 아동학대 피신고나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를 겪는 교원을 사안 초기부터 종결까지 1대1로 전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숫자로 보면, 법을 바꿔도 그대로였다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원보호를 위한 ‘교권보호 5법’이 개정·시행됐다. 그런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2022년 520건, 2023년 519건, 2024년 504건으로 3년 연속 500건대를 기록했다. 2025년엔 438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교총은 “현장 교원들이 체감하는 보호 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4월 교총이 전국 교원 3,5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교권보호대책(2026년 1월 발표) 이후 “교권보호가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응답은 12%에 그쳤고, 65.8%는 “교육활동이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법원은 이미 여러 번 답했다
사법부의 판단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전주지법은 지난 5월, 학부모의 반복적인 악성 민원으로 안면마비까지 겪은 초등학교 교감에게 학부모가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 등 보호자는 자녀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설령 자녀 보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반복적이고 부당한 개입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한 이상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라고 못박았다. 비슷한 취지의 손해배상 판결이 최근 몇 달 사이 잇따르고 있다.
교보위는 “침해가 맞다”고 인정하는데, 그 인정에는 아무 힘이 없다.
구조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의 핵심은 두 절차 사이의 비대칭이다. 교권보호위원회가 학부모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인정해도, 접근금지 같은 강제력 있는 조치를 내릴 권한이 위원회에는 없다. 반면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곧바로 경찰 수사와 형사 절차가 시작된다. 정당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나온 언행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불안이다. 실제로 수행평가에 ‘노력 요함’을 줬다는 이유로, 공개 사과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2024년 교총 접수 사례 중 학부모발 피해 208건 가운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만 80건에 달했다. 신고 한 장으로 교사의 일상과 교육활동 전체가 정지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고 신고 문턱을 무조건 높일 일도 아니다
여기서 균형을 잃으면 안 된다. 아동학대 신고 제도 자체는 진짜 학대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안전망이다. 신고 문턱을 성급하게 높이면, 정작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그 그늘에 가려질 위험도 있다. 법조계에서도 현행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정의가 다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해법은 신고를 억제하는 쪽이 아니라 훈육과 학대를 가르는 객관적 기준을 명확히 하는 쪽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의로 이뤄진 신고는 보호하되, 명백히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신고에 대해서만 실효성 있는 책임을 묻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동 보호와 무고 방지, 이 둘은 상충하는 목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목표다.
경기교육감의 첫 고발과 교권보호전담관 300명 신설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그동안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싸움을, 최소한 함께 감당해줄 체계가 생겼으니까.
하지만 이건 대증요법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교보위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이상, 그리고 ‘정서적 학대’와 ‘정당한 생활지도’를 가르는 기준이 법 안에 명확히 새겨지지 않는 이상, 신고 한 장으로 교실이 흔들리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서이초 사건 이후 3년, 법을 다섯 개나 고쳤는데도 현장 체감이 12%에 그친다는 건, 그동안의 대응이 핵심을 비켜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사를 보호하는 일과 아이를 보호하는 일이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라는 걸, 제도가 이제는 증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전담관을 늘리는 것을 넘어, 신고 한 장이 곧바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멈추게 하지 않는 절차적 균형을 갖춘 법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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