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뽑는데 1,823명이 몰렸다 — 경기도 교권보호단을 보며
36대 1. 로또 얘기 아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새로 만든 ‘교권보호전담관’ 공모 경쟁률이다. 50명 뽑는다는 자리에 1,823명이 몰렸다는 뉴스를 보고 나는 솔직히 두 번 놀랐다. 숫자에 한 번, 그 숫자가 말해주는 것에 또 한 번.
1,823명,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
7월 13일, 안민석 경기교육감이 취임 2호 결재로 ‘교권보호단’ 운영 계획에 서명했다. 교권보호119팀과 통합법률지원팀, 두 팀으로 굴러가는 조직인데 핵심은 ‘교권보호전담관’이라는 1대1 밀착 지원 인력이다. 교권 침해 사안이 터지면 초기 상담부터 조사, 법률 지원, 소송, 치유까지 담당관 한 명이 끝까지 붙어서 챙긴다. 학부모 민원도 이제 교사가 아니라 교육청이 대신 받는다니, 방향 자체는 나도 반갑다.
처음엔 50명 모집이었다. 그게 지원자가 몰리면서 1,000명을 넘기고, 결국 마감일엔 1,823명까지 갔다. 현직 교원 775명, 퇴직 교원 109명에 변호사, 의사, 전·현직 경찰까지 붙었다. 안 교육감 말대로 “무너진 교권을 함께 세우자는 도민의 염원”이라는 해석도 맞겠지만, 나는 이걸 좀 다르게 읽었다. 그동안 교사들이 혼자 버텨온 시간이 그만큼 길었다는 뜻 아닐까. 정책 하나에 대한 관심치고는 반응이 너무 뜨겁다.
안민석, 5선을 접고 여기로 온 이유
이 지점에서 안민석 교육감이라는 사람을 좀 봐야 한다.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 경기 오산에서 내리 5선(17~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최장수 위원, 교육위원장까지 지냈고, 그 시절 화법이 워낙 직설적이고 강했던 걸로도 유명하다. 1966년 8월생이니 지금 만 59세, 곧 60이다.
5선까지 한 사람이 왜 굳이 임기 4년짜리 선출직으로 옮겼을까.
국회의원보다 오히려 집행 권한은 더 센 자리가 교육감이다. 여기서 3선(12년)까지 가면 안 교육감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 국회가 아니라 경기교육 현장에서 정리되는 셈이다.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서명한 게 바로 이 교권보호단이었다는 것 — 나는 이걸 그냥 흘려볼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국회에서는 말로 존재감을 냈다면, 이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스스로 들어간 거다. 교육부보다도 먼저 움직였다는 점도 그렇고.
박수만 나온 건 아니다
교원단체 반응은 대체로 환영이다. 경기교사노조는 “교육청이 선생님을 지켜주는 제도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했고, 교총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국가책임형 교권보호국”을 만들라고 교육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근데 계속 따라붙는 말이 있다. “이거, 사후 처방 아니냐”는 회의론이다. 시사IN도 이 부분을 짚었는데, 나도 여기 상당히 공감한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무고성 신고를 당했을 때 진짜 필요한 건 옆에서 같이 뛰어줄 담당관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신고 자체가 성립 안 되게 만드는 법이다. 아동복지법이 그대로인 채로 지역 조직만 촘촘해지는 건, 관문을 없애는 게 아니라 관문 통과를 도와주는 동행자를 붙여주는 것에 가깝다. 조직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에 안 교육감이 인터뷰에서 특전사 출신 교사 지원 얘기를 하면서 나온 뉘앙스가 학부모·학생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교권 보호가 ‘응징’의 언어로 소비되는 순간, 정작 지켜야 할 학교 안의 신뢰는 더 빨리 무너질 수 있다. 이 부분은 안 교육감이 계속 조심해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
교육부도 결국 따라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시도교육청이 지역 여건에 맞춰 교권보호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했다. 동시에 “응징이나 대립이 아니라 존중과 신뢰로 풀어야 한다”는 단서도 확실히 달았는데, 이건 아마 안 교육감 쪽 발언 논란을 의식한 코멘트였을 거다. 말만 한 게 아니라 교육부는 실제로 ‘교권보호과’ 신설을 행안부와 협의 중이다. 경기, 충남, 강원, 제주가 거의 동시에 움직인 게 결국 중앙정부 정책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보여준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대로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게 걱정되는 현실을 조금씩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악성 민원 넣던 나쁜 학부모는 제대로 책임을 지고, 학생들도 선생님을 다시 존경할 수 있는 그런 학교 문화 말이다.
안민석 교육감 개인으로 보면 이건 5선 국회의원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승부처다. 국회에서 거침없는 화법으로 존재감을 냈던 사람이, 이제 3선까지 12년이 될 수도 있는 자리에서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스스로 들어갔다. 지원자 1,823명이라는 도민의 반응까지 받았으면, 남은 건 이걸 다른 시·도교육청도 따라 하고 싶은 모델로 만드는 일이다. 경기도가 “해봤더니 진짜 됐다”는 선례를 남겨준다면, 지금 각자 움직이는 충남·강원·제주는 물론 교육부 논의에도 실질적인 참고가 될 거다. 반대로 시행착오만 남기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그의 마지막 임기에 쌓인다. 나는 전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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