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 교육재정 · 교실 너머, 정책의 온도
54년 만의 교육교부금 개편, 무엇을 지켜봐야 하나
1972년부터 이어져 온 공식 하나가 깨졌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내국세의 20.79%로 자동 배정하던 규칙, 54년 만에 폐지됐다. 정부는 이걸 “더 합리적인 재정 배분”이라 부르고, 교육계는 “사실상의 삭감”이라 부른다. 같은 개편안을 두고 이렇게 다른 이름이 붙는다는 것부터가, 이 사안이 간단치 않다는 신호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고,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무엇이 바뀌나
기획예산처는 8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교부금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산정 공식 자체가 바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내국세 × 20.79%’로 단순 계산했지만, 앞으로는 ‘전년도 교부금 × 3년 평균 경상성장률 ×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 × 0.35)’라는 새 산식을 쓴다. 학령인구 변화율을 35%만 반영하는 이유는, 교육재정 지출의 60%가 학생 수와 무관한 교직원 인건비이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새 산식을 적용하면 내년도 교부금은 약 78조 9,000억 원. 올해보다는 2조 5,000억 원 늘어나는 수치지만,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을 경우 추산되는 약 100조 원과 비교하면 20조 원가량 적다. 여기에 국세분 교육세를 재원으로 하던 부분은 별도로 떼어내 고등·평생·영유아 특별회계로 편입하고, 확보한 재원 일부는 새로 만드는 ‘미래대응기금’에 넣어 AI·양자·SMR·첨단바이오 등 미래 산업과 대학 교육, 청년 주거·일자리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왜 지금 이걸 바꾸나 — 기대의 근거
정부 논리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내국세에 그대로 연동되다 보니 세수가 늘면 교부금이 과도하게 불어나고, 줄면 갑자기 쪼그라드는 일이 반복됐다. 실제로 2022년에는 전년보다 27.6% 급증했다가 2023년에는 14.0% 급감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 학령인구는 매년 줄어드는데 재원 배분 공식에는 그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도 오래된 문제였다. 게다가 정부는 한국의 대학교육 1인당 공교육비가 1만 4,700달러로 OECD 평균(2만 1,400달러)보다 한참 낮다는 점을 들어, 초중고에 쏠려 있던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과 미래 산업 인재 양성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총액이 전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법에 명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계는 왜 반발하나 — 우려의 근거
교총·전교조·교사노조연맹과 전국 363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26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은 개편안 발표 당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의 핵심 반론은, 정부가 말하는 ‘전년도보다 적지 않게 보전’이라는 게 명목 금액만 동결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물가상승률, 공공요금 인상, 교직원의 자연스러운 호봉 승급분만 해도 연간 약 2조 4,000억 원이 필요한데, 이 부분이 새 산식에 반영되지 않으면 사실상 매년 수조 원씩 실질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계산이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시·도교육청의 재정 자율성이 줄고 중앙정부의 미래대응기금 배분에 더 의존하게 되면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교육시스템으로의 회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경남교육청 등 일선 교육청들도 인건비 인상분의 별도 전액 보장과 시도교육감과의 사전 협의 의무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세수 급등락에 흔들리던 예측 불가능성 개선
- 학령인구 감소를 처음으로 산식에 반영
- 고등교육·미래산업 투자 여력 확대
- 총액 명목 축소 방지 규정 법제화 예고
- 물가·호봉 인상분(연 2.4조원) 미반영 시 실질 삭감
- 시도교육청 재정 자율성·교육자치 축소 가능성
- 미래대응기금이 중앙정부 재량 사업으로 흐를 우려
- 현행 유지 추산액 대비 20조원 감소 구간 존재
숫자는 발표됐지만, 그 숫자가 정말 그대로 지켜질지는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다.
이 개편이 옳다 그르다를 지금 이 시점에서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세수 변동성을 줄이고 고등교육·미래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문제의식도 일리가 있고, 실질 삭감이 될 수 있다는 교육계의 계산도 근거가 뚜렷하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느 쪽 말이 맞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내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건 다른 데 있다. 정부가 “총액은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 그 약속이 몇 년 뒤에도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국민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과 호봉 인상분까지 감안했을 때도 정말 교육 현장이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미래대응기금이 정말 교육·인재 양성에 쓰이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슬그머니 흘러가는지 — 이런 것들은 법안 통과 한 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몇 년에 걸쳐 계속 확인해야 할 문제다.
정책은 발표되는 순간이 아니라, 실행되는 과정에서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교육교부금 개편이 정부 말대로 합리적인 재정 배분으로 정착할지, 교육계 우려대로 초중등 교육의 실질적 축소로 이어질지, 그 답은 앞으로의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 달려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과정을 계속 지켜보고 물을 것이다. “계획한 대로 되고 있습니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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