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필즈상에서, 30년 전 우리를 본다

중국과 한국의 수학 경쟁력을 상징하는 두 개의 메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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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 교실 너머, 정책의 온도

중국의 필즈상에서, 30년 전 우리를 본다


중국인 최초 필즈상 수상 소식을 보면서, 나는 축하보다 먼저 낯익음을 느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로 대입 시험을 면제받고, 열여섯 살에 명문대에 들어가고, 국가가 기초과학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언론은 이걸 국가경쟁력의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보도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우리가 30여 년 전에 지나온 길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런데 그 닮음이 반갑지가 않다. 오히려 조금 무섭다.

낯익은 이유가 있다

덩위 교수는 2006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로 가오카오(중국 수능) 없이 베이징대에 들어갔다. 왕훙 교수는 열여섯 살에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중국 수학계는 이 두 사람의 수상을 “20여 년 동안 축적된 인재 양성 시스템의 결과”라고 자평했고, 시진핑 주석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방식, 우리도 걸어봤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도 국제수학·과학 올림피아드에서 세계 상위권을 다퉜고, 특목고·영재교육원 제도로 조기에 인재를 골라내 집중 육성했다. 그 시절 우리는 그걸 자랑스러워했다. 국가가 과학기술 인재를 국가 프로젝트처럼 키워내는 방식, 성과가 눈에 보이니까 다들 그 방향이 맞다고 믿었다.

그 굴레에서 우리는 아직 못 벗어났다

문제는 그 방식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2022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4년 연속 세계 6위를 기록했지만, 정작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22%로 OECD 평균(18%)보다 높았다. 공부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하는데, 정작 그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사교육비 부담, 입시 경쟁에 대한 피로감은 세대를 건너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그 경쟁으로 성장했지만, 그 성장의 청구서를 아직도 다 갚지 못했다.

이 블로그에서 최근 다뤘던 이슈들 —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완화했더니 사교육업계가 또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내는 모습, 국립대를 사실상 무상화해서 서울대 쏠림을 분산시키려는 시도, AI 디지털교과서처럼 조급하게 밀어붙였다가 자율 선택으로 후퇴한 정책 — 이 모든 게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도 그 옛날의 ‘조기 선별, 전면 밀어붙이기’ 경쟁 굴레에서 빠져나오려고 계속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다. 벗어나려는 시도와, 벗어나지 못한 관성이 동시에 존재하니까 여기저기서 지체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은 규모가 다르다

여기서 걱정이 하나 더 얹힌다. 우리가 이 경쟁으로 커왔던 것처럼, 중국도 같은 방식으로 크고 있다. 다만 인구 규모가 다르다. 한 해 1,000만 명이 가오카오를 치르는 나라다. 그 안에서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급 인재를 걸러내고, 국가가 나서서 집중 지원하면, 우리가 30년 전에 만들어낸 인재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인재풀이 쌓인다. 실제로 이번 필즈상 후보에 오른 중국 수학자만 최소 4~5명에 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우리가 그 경쟁으로 자라났듯, 저 거대한 인구를 갈아 넣는 경쟁에서 중국은 앞으로 훨씬 무섭게 커질 가능성이 크다.

생각해볼 지점 — 조기 선별·집중 육성 방식이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건 우리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다만 그 효율이 개개인의 행복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역시 우리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반성 없이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중국의 이번 성과를 보며 “우리도 예전처럼 다시 밀어붙여야 하나”라는 조급함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벗어나려 애쓰는 바로 그 굴레다. 국가경쟁력과 아이들의 행복을 동시에 놓치지 않는 길이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둘 중 하나를 희생해야만 하는 건지 — 이건 여전히 우리 사회가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다. 중국의 성취를 마냥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걸어와서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중국인 최초 필즈상 소식을 접하고 든 첫 감정은 놀라움이었지만, 그다음은 불안이었다. 저 거대한 인구가 우리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경쟁에 올라타 있다는 사실이, 국가경쟁력 측면에서는 두렵게 다가온다.

동시에, 우리가 그 경쟁의 산물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그 밀어붙이기로 자라났고, 그 대가로 지금도 학업 스트레스와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라는 청구서를 받아 들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 교육 개편 시도들 — 등급제를 완화하고, 서열 구조를 흔들고, 조급한 정책을 되돌리는 — 이 모든 게 어쩌면 그 청구서를 뒤늦게라도 갚아나가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중국이 앞으로 이 경쟁으로 얼마나 커질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다. 다만 우리는 그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이미 한 번 걸어본 사람들이다. 부러워하기보다는, 우리가 걸어온 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때인 것 같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과, 그 경쟁을 거친 아이들이 행복한 것, 이 둘을 함께 가져갈 방법을 우리가 먼저 찾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글은 필즈상 수상 소식과 관련 보도, OECD PISA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사실관계에 다른 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학업 스트레스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청소년상담1388이나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 등 전문 상담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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