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업무보고, 지난번보단 나았지만 여전히 밀렸다

목표에 못 미친 정책 이행을 상징하는 계단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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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 교실 너머, 정책의 온도

교육부 업무보고, 지난번보단 나았지만 여전히 밀렸다

오늘(8월 5일)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 국민주권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열린
대통령 주재 교육부 업무보고를 지켜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12월 첫 보고 때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그런데 여전히 이 자리의 주인공은 교육부 장관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나란히 이재명 대통령에게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교육부는 ‘모두의 미래를 위한 교육, 대체불가
인재강국’을 목표로 5대 핵심분야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대화의 중심은 단연
대입 제도였다. 이 대통령은 “객관식으로 제시되는 것 중에서 고르는 것은 초보
컴퓨터가 해도 쉽게 할 일”이라며 “규격화된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을 계속하는 건
교육을 망치는 것 같다”고 현행 수능 체제를 정면 비판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여기에 화답하듯,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담은 대입 개편안을
10월 말 발표하고 내년 3월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진짜 교육을 위한 5대 핵심 과제”를 발표하는 모습. 출처: KTV 국민방송 생중계 화면

최교진 장관, 지난번보다는 나아졌다

지난 12월 12일 첫 업무보고에 비하면 오늘은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 최 장관도
이번엔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으로 많이 진전됐지만, 대학 입시라는 큰 과제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면 다시 원래 방식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대입 제도 변화의
필요성에 힘을 보태는 발언도 했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건, 이 자리의 무게중심이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 국가교육위원장 쪽에 있었다는 점이다. 에듀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최 장관의 답변은 전반적으로 원론적인 수준에 머문 경우가 많았던 반면,
차정인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훨씬 앞서가는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입시 제도에 손대서 칭찬받은 예가 없다”고 견제구를 던지자 “잘하면 칭찬받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받아친 것도, 서·논술형 도입의 구체적 논리를 편 것도 차정인
위원장이었다.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이날의 최대 화두를 사실상 국교위가 주도한
셈이다.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마저 소속 위원회장에게 존재감을
내주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건, 나는 여전히 아쉽다.

정작 교권 얘기는 힘이 실리지 못했다

올여름 교사노조가 학생부 글자 수를 들고 교육부 앞에서 항의하고, 현직 교사가
‘참교육법’ 국민청원을 올릴 만큼, 지금 교원들이 교권 문제에 쏟는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오늘 중계를 지켜본 바로는, 교권 관련 내용은 영상 자료로
짧게 소개되는 데 그쳤고, 이 사안에 대해 장관이나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길게
답하는 장면은 없었다. 대입 제도라는 화려한 의제에 밀려, 정작 현장 교사들이
가장 목마른 주제는 뒷전으로 밀린 인상이다.

이 부분은 중계를 지켜본 개인적 관찰이다. 관련 보도를 더 확인하는 대로 보완하겠다.

서논술형 평가, 맞는 방향이지만 전제가 빠졌다

AI 시대에 객관식 줄세우기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나도 동의한다.
차정인 위원장 말대로 “수능이 32년간 시행되며 기출문제를 피하면서 정상적인
문제를 내는 데 한계”에 이른 것도 맞다. 차 위원장은 채점 부담 우려에 대해서도
나름의 답을 내놨다 — “AI를 평가에 활용하면 전국 학교에서 서·논술 평가 관련
압도적인 데이터가 쌓이고, 교사들이 이를 활용해 평가하면 사교육 시장이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사교육 대응 논리로는 그럴듯하다. 그런데 여기엔
빠진 전제가 하나 있다.
AI가 아무리 데이터를 쌓아줘도, 학생·학부모를
상대로 한 최종 채점 근거 설명과 이의 제기 대응은 결국 교사 개인의 몫으로
돌아온다. 서·논술형으로 바꾼다고 해서 교사의 채점 부담과 민원 부담이 저절로
줄어드는 게 아니다. 오히려 채점 기준을 둘러싼 이의 제기와 민원은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진짜 이 개편이 성공하려면, 입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쟁 자체가 지금보다 낮아지는 게 먼저다. 평가 방식만 바꾸고 경쟁의 총량은
그대로면, 서·논술형은 사교육 시장의 형태만 바꿔놓을 뿐 교사의 부담은 그대로
남을 거다.

다만 AI는 결국 이 판 전체를 바꿀 거다.

나는 지금의 서·논술형 논의가 과도기적 조치라고 본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짚었듯,
AI가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대학 학위의 가치다. 학위의
무게가 지금 같지 않은 세상이 오면, 지금 공들여 설계하는 대입 평가 체계 자체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은 그 큰 개혁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대통령의 순방 발언과, 교육부의 역할론

해외 순방을 다니며 한국 교육의 수준을 새삼 느꼈다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 나는
이 지점에서 교육부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얘기하고 싶다. 교육부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처다. 그런데 그게 바로 교육이라는 분야의 속성이다.
균형추를 잘못 옮기면 곧바로 큰 논란이 되고 교원단체들이 들고일어난다. 화려한
성과 없이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굴러가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가장 어렵고
가장 큰 성과다. 이 속성을 정부와 여론이 조금 더 이해해줬으면 한다.

여기에 요즘 구조적으로 더 어려워진 지점이 하나 있다. 교육감은 선출직이다 보니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교원단체를 등에 업고 교육부를 앞서 비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론 교육감이 교육부보다 더 잘하는 정책도 많고,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이게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교육감 정책이
법적 구속력과 책임 소재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교원노조의
발언권이 커진 시기에는, 교육부도 이들과 무작정 대립하기보다 좀 더 전략적으로
연합하거나 대응하는 지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결국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니까.

오늘 업무보고, 나는 지난번보다는 나아졌다고 평가한다. 다만 대입이라는 화려한
의제에 밀려 교권 얘기가 힘을 못 받은 건 아쉬웠고, 교육부 장관이 국가교육위원장에게
존재감을 내주는 구도도 여전했다.

서·논술형 평가로 가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다만 입시 경쟁 자체를 낮추지
않은 채 평가 방식만 바꾸면, 교사의 부담은 줄지 않고 새로운 사교육만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는 결국 AI가 대학 학위의 가치 자체를
흔드는 시점이 오면 다시 짜야 할 임시 설계일 수 있다.

교육부에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화려한 성과가 없는 게 실패가 아니라, 그게
원래 이 부처의 일이라는 걸 좀 더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 다만 교원노조의 목소리가
커진 지금, 무작정 밀리거나 무작정 대립하지 말고 더 영리하게 움직였으면 한다.
그게 결국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뉴스에 나온 사실관계에 내 판단을 얹어서 쓴다. 다음 글에서도 이 방식 그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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